FC 26은 FIFA 22 이후 가장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는데, 직접 커리어모드를 몇 시즌 돌려보니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습니다. 싱글 플레이어 입장에서 쓰는 FC 26 실사용 후기입니다.

게임플레이: 달라진 것과 여전히 아쉬운 것
FC 26에서 EA가 가장 크게 내세우는 기능은 어센틱 모드(Authentic Mode)입니다. 여기서 어센틱 모드란 단순히 슬라이더 하나를 건드리는 수준이 아니라, 게임 속도·패스 정확도·슈팅 궤적을 종합적으로 조정해 실제 축구에 가까운 체감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입니다. 이전 시리즈처럼 "하드로 올리면 그냥 AI가 무식하게 강해지는" 식이 아니라, 물리 연산 자체를 건드린다는 점에서 방향은 맞다고 봅니다.
움직임도 체감상 달라졌습니다. FC 25까지 유독 심했던 선수들의 미끄러지는 듯한 움직임, 즉 풋 플랜팅(Foot Planting) 문제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풋 플랜팅이란 선수가 방향을 바꿀 때 발이 지면에 제대로 붙지 않아 마치 빙판 위를 달리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번 작은 체중 이동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처음 몇 경기는 "오, 이게 같은 게임 맞아?" 싶을 정도였습니다.
패스 시스템도 개선이 됐고, 특히 역습 상황에서 칩 스루 패스 활용도가 높아진 건 체감됩니다. 지난 시리즈에서 사실상 없는 옵션이나 다름없었던 헤더 시스템도 부활했습니다. 헤더 시스템이란 측면 크로스를 올린 뒤 타겟맨이 공중볼 경합을 통해 득점하는 방식으로, 이전 시리즈에서는 이 루트가 거의 막혀있었습니다. 이번엔 크로스 전술이 실제로 먹히니까 빌드업 루트가 다양해졌습니다.
다만 공 물리 엔진(Ball Physics)은 여전히 불만입니다. 공 물리 엔진이란 공이 발에 맞은 뒤 공기 저항·회전·반발력 등을 얼마나 현실에 가깝게 구현하느냐를 결정하는 시스템인데, 긴 패스나 크로스 상황에서 공이 풍선처럼 한없이 높게 뜨는 현상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경기 흐름이 끊기는 주범입니다.
- 어센틱 모드: 속도·패스·슈팅을 종합 조정하는 신규 물리 시스템
- 풋 플랜팅 개선: 방향 전환 시 미끄러지는 느낌 대폭 감소
- 헤더 부활: 측면 크로스→타겟맨 전술이 실전에서 유효한 옵션으로 복귀
- 공 물리 엔진: 장거리 패스·크로스 시 공이 과도하게 높이 뜨는 문제 여전
- 세트피스 프레임 드랍: 출시 이전 시리즈부터 이어진 고질적 최적화 결함
수비 AI와 커리어모드: 싱글 플레이어 시각에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AI 수비가 전작보다 퇴보했다는 느낌이 경기를 거듭할수록 강하게 드는데, 문제의 핵심은 '멍청한 AI'와 '어려운 난이도'를 EA가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메타는 수비형 미드필더, 즉 CDM(Central Defensive Midfielder)을 직접 조작해 중원 공간을 막는 방식입니다. CDM이란 수비와 중원 사이에서 상대의 침투 패스를 차단하고 공격 전환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포지션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CDM을 직접 잡으면 수비 라인 AI가 제멋대로 움직이고, 반대로 수비수를 직접 잡으면 중원이 텅 비어버리는 딜레마가 생긴다는 겁니다. 결국 뭘 잡아도 상대 스트라이커의 치달(Dribbling Run) 한 번에 수비 라인이 뚫립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AI 수비수가 상대를 따라가지도 않고 공간을 막지도 않으면서 그냥 멀뚱히 서 있다가 고속도로를 열어주는 장면이 한 경기에 서너 번은 나옵니다. EA의 게임 디자이너 인터뷰에 따르면 수비 AI 개선을 이번 작의 주요 목표로 삼았다고 했는데(출처: EA 공식 FC 26 페이지),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의도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쪽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커리어모드 자체는 퇴근 후 한 경기 돌리기에 딱 좋습니다. 저는 멀티플레이는 애초에 포기한 싱글 전용 유저인데, 인디 게임 가격대에 세일 타이밍을 잡으면 커리어모드 볼륨만으로도 본전은 뽑습니다. 새로 추가된 매니저 라이프(Manager Life) 모드는 도전 과제 시스템이 신선하지만, 선수 축구화가 검은색으로 고정되거나 도전 과제 자체가 트리거되지 않는 버그는 출시 직후부터 지금까지 여전합니다. 세레머니 도중 선수가 화면 밖으로 사라지거나 눈썹 색이 파랗게 변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게 정품 맞구나" 싶어서 웃기기도 합니다.
AI 수비 수준에 관해서는 난이도가 높으면 AI가 카테나치오(Catenaccio) 전술을 구사해 극단적으로 수비적인 경기를 펼칩니다. 카테나치오란 수비 라인을 매우 촘촘하게 내려 상대의 침투 공간을 완전히 차단하는 이탈리아식 수비 전술을 말하는데, AI가 이걸 쓸 때는 뚫기가 진짜 버겁습니다. 반면 정작 우리 팀 AI 수비는 자동문 수준이니, 균형이 맞지 않는 느낌입니다. EA 스포츠 공식 커뮤니티에서도 이 문제는 상위 불만 항목으로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출처: EA Answers HQ).
자주 묻는 질문
Q. FC 26 커리어모드만 즐기는 싱글 유저에게 추천할 만한가요?
A. 세일가 기준으로는 충분히 추천합니다. 커리어모드 볼륨 자체가 상당하고, 헤더·칩 스루 패스 등 전술 다양성이 전작보다 늘어난 건 체감됩니다. 다만 수비 AI 문제가 거슬린다면 어센틱 모드 슬라이더를 직접 조정해 보시는 걸 권장합니다.
Q. FC 26 수비 AI가 FC 25보다 더 나빠졌나요?
A. 제 경험상 적어도 나아지지는 않았습니다. CDM을 직접 조작하면 수비 라인이 무너지고, 수비수를 직접 잡으면 중원이 비는 딜레마는 FC 25보다 더 빈번하게 느껴졌습니다. EA 공식 커뮤니티에서도 이 부분이 주요 불만 사항으로 올라와 있는 상황입니다.
Q. 매니저 라이프 모드 버그가 아직도 있나요?
A. 출시 이후 기준으로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선수 축구화가 검은색으로 고정되거나 도전 과제가 트리거되지 않는 문제, 그리고 세레머니 중 선수가 화면 밖으로 사라지는 현상이 계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EA 업데이트 패치를 확인하면서 진행하시는 걸 권장합니다.
Q. 어센틱 모드를 켜면 게임이 많이 달라지나요?
A. 체감 차이는 분명히 있습니다. 어센틱 모드는 단순 슬라이더 조절과 달리 패스 정확도와 슈팅 궤적, 게임 속도 자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실제 축구에 가까운 느낌이 납니다. 다만 처음 적응하는 데 몇 경기 정도는 걸리니 커리어모드 초반부에 미리 설정해두고 시작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Q. PC 최적화는 어떤가요?
A. 전반적인 구동 안정성은 괜찮은 편입니다. 다만 세트피스 상황에서 프레임이 순간적으로 떨어지는 문제는 전작부터 이어진 고질적인 결함으로, 이번 작에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고사양 환경이라도 이 부분은 변수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결론
FC 26은 분명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어센틱 모드, 풋 플랜팅 개선, 헤더 시스템 부활까지 싱글 유저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실제로 있습니다. 그런데 수비 AI 문제는 EA가 난이도와 답답함을 아직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치달 한 방에 수비 라인이 무너지는 구조가 고쳐지지 않으면 빌드업 전술이나 수비 심리전이 의미 없어지고, 결국 달리기 게임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커리어모드 싱글 전용 유저라면 세일가에 구입하는 것을 개인적으로 추천합니다. 퇴근하고 한 경기 켜면 기분 좋아지는 게임이 많지 않거든요. 멀티플레이에 관심 없고 느긋하게 감독 커리어를 즐기는 분이라면 버그 몇 가지는 눈 감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다음 패치에서 수비 AI와 매니저 라이프 버그가 정비된다면 평가가 꽤 올라갈 것 같습니다.